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책읽는게자부심

오늘 읽은 단편 둘 : <무진기행>, <표구된 휴지>

중고생 위한 단편 70선 오래전 사뒀던 건데 오늘 학교 끝나고 짬에 펼쳐 읽었다.
뭘 읽을까 고민하다 무진기행 제목이 뭔가 무간도도 떠오르고 끌려 읽었는데 매우 좋았다.
나이 있는 남자와 여자의 사랑, 아니 애초 이런 성적인 얘긴 책 읽을 때 그닥 안 좋아하는데 이건 그거 감안하고도 무지 좋았다.
좋거나 인상깊은 구절에 밑줄 치는 편인데 이 소설은 그런 부분이 너무 많아 피곤해 치지 못했다.
소설에 나오는 안개를 좋아하는 듯도 싶다. 막상 읽으면서 떠올린 이미지들에는 안개는 빼먹은 지 오래였지만... 이전에 좋아했던 <여기에 없도록 하자>도 그렇고 짙고 습한 안개가 주는 분위기 (적막함이라든가 습하고 답답한 단절감 무기력 기이함 등등) 가 좋다.
내가 인상 깊거나 좋다고 느끼는 구절들은 공감되거나, 뭔가 신박한 표현이나 내용으로 와! 하게 되는 부분들인 거 같은데... 이 단편에 그런 부분이 무척 많아 좋았다 읽으면서 좋아서 자꾸 웃음이 났다.
결코 밝은 분위긴 아니지만 읽으면서 굉장히 즐거웠다...

두 번째로 읽은 '표구된 휴지'는 짧았다. 그리고 재밌었다. 무진기행처럼 좋다 싶은 구절이 있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술술 읽히고 중심 소재인 휴지의 편지도 마음에 들어 좋았다.

'젊은 느티나무'라는 단편도 읽다가 열두 시 소등이라 끊겼다. 초반 묘사부터 바로 좋아하거나 최소 의식한다 느낀 '그'가 오빠래서 당황했다.. 근친적인 내용일 듯한데 묘사가 굉장히 설렘을 잘 담아 읽으며 쫌 두근거렸다. 서술이 좋다. 아무래도 수능 등 대비를 목적으로 하는 책이니 작품들 앞쪽에 작가나 배경 설명, 중심 소재나 중요점을 좀 써두는데 스포일러 당하는 느낌이라 싫다... 백지장처럼 보는 게 가장 즐겁지 저렇게 뭔가 알고 보면 덜하다. 괜히 사람들이 게임이나 만화, 영화도 나무위키 보지말라, 줄거리나 후기 보지 말라 하겠는가? 나름 바로 넘겼지만 작가가 이화여자어쩌고 졸업한 거로 봐 여자고, 무슨 할머니 집이 무슨 의미이냐 하는 것도 머릿속에 들어와 버렸다. 그래도 이렇게 단편적인 정보들로 유추해서 예상한 뒤 비교하며 보는 것도 나름 즐겁다.

학교 끝나고나 야자 끝나고, 기자 끝나고 몇십 분씩밖에 짬이 없는데 재밌어서 끊기는 게 아쉽다. 밥 먹으면서도 읽고 싶은데 진짜 종이책ㅡpdf가 자유호환됐음 좋겠다 가능한 밑줄, 필기까지도. 종이책으로 읽는 느낌이 아무래도 눈에 들어오는 글자 수나 페이지 넘기는 느낌 등등 더 좋지만 가지고다니며 읽기 너무 불편하다.

오늘밤 비가 와서 무지 습한 하루였다. 덥고 끈적여 애들도 다 상태가 영 안 좋았다. 자잘한 할 일도 많아 살짝 짜증스럴 지경이었지만 재밌는 단편들 읽다 잠들 수 있어 좋다. 특히 마지막 단편 느티나무는 무지 두근거린다...